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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의 시선

덕질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지난번, 방탄소년단(BTS)이 성공한 이유라는 글을 쓰려고 BTS를 분석하다가 저는 결국 입덕 해버렸습니다. 이후 저는 한동안 방탄소년단 영상을 보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현생 불가한 삶을 살았습니다.

사실 저의 덕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중학교 시절 동방신기에 빠져 카시오페아 1기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10대였던 멤버들이 30대가 되어,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실감케 하죠.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경험을 비교해 보면 본질은 비슷하지만 형태가 다른 모습들이 눈에 띕니다. (*개인적인 견해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1. 덕질의 방식
제가 중학교 때는 인식할 수 있는 덕질의 종류는 99% 유사연애 형식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이돌 그룹의 최애 멤버가 나의 남자 친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아이돌들의 연애는 금기시되었고, 스캔들의 대상인 여자 연예인은 테러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양상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이 소비되는 방식이 대부분 이 '유사연애'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많은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아이돌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데뷔 후 몇 년간은 연애를 금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유사연애'방식뿐 아니라 '유사 육아'의 방식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아이돌을 내가 키우는 것처럼, 마치 자식을 키우는 느낌으로 좋아하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BTS의 기사에서도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10대의 댓글이 많을 줄 알았지만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함을 볼 수 있습니다.

'꿈의 무대 ‘웸블리’ 오른 BTS… 런던이 열광했다'라는 제목의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남성의 성비가 49%로 매우 높고, 30~40대가 댓글의 64%를 차지합니다.

 

물론 BTS가 현재 해외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기 많은 아이돌 멤버 중 하나인 '강다니엘' 뉴스도 함께 검색해보았습니다.

 

여성의 비중이 86%로 압도적이고, 20대가 39%로 가장 많습니다.

이 유사 육아의 형태는 과거 아이돌 팬덤에 속했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팬층 또한 함께 연령대가 올라가며 생긴 현상입니다. 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함에 따라 나타는 현상도 있는데요, 주 시청층인 20~30대들이 10대 연습생들을 응원하며 팬이 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참고 : 위키트리) 


그래서인지 이전보다는 아주 조금은 아이돌들의 연애애 관대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블락비의 유권, 포미닛 출신 현아가 현재 공개 연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2. 팬픽에서 RPS로
제가 동방신기를 좋아할 때만 해도 '팬픽'이 유행이었습니다. 공식 팬카페 따로, 팬픽 카페가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팬픽이란 그룹의 멤버와 멤버를 커플로 삼고, 이 커플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돌려보는 것입니다.(남성 그룹의 경우 남-남 커플인 것이죠) 각 멤버마다 커플 이름도 존재했고, 인기 많은 팬픽은 원하는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실제 책처럼 제본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에도 팬픽과 비슷한 문화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RPS(Real Person Slash)로 통용되며 알피에스, 혹은 알페스로 통합니다. 팬픽이 글, 소설 위주로 형성된다면 RPS는 실제 영상 등으로 소비됩니다. 멤버 A가 B를 포옹한다던지, 머리를 쓰다듬는다던지의 행동이 모두 팬들에게 이런 RPS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게 되는 것이죠.

*더 자세히 들어가면 팬픽은 동성, 이성 커플 모두를 포함하는 소설이고, RPS는 무조건 동성의 커플입니다.
*팬픽과 더 비슷한 부분은 사실 RPF(Real Person Fiction)이나 과거나 지금이나 모두 동성 커플링의 인기가 높습니다. 
*유사연애방식과 이 RPS가 아이돌의 주요한 2가지 인기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용어가 RPS로 바뀐 이유도 K-POP의 인기가 올라가며, 외국 팬들의 대거 유입으로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Slash는 영어권에서 동성 커플링을 의미하기 때문, 참고 : 나무 위키)

이전의 팬픽이 소설 위주였다면 최근의 RPS는 영상과 사진 위주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유튜브만 살펴보아도 외국 팬들이 RPS 모먼트를 짜깁기 해놓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RPS만 덕질하는 부류가 존재하기도 하고요.

내가 사랑하는 이 그룹을 다른 누군가가 흔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동성 커플링을 응원하게 되는 부분, 또 실제 그들의 행동을 보며 진짜일 수도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RPS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에 비해 RPS 자체가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시킨다는 의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3. 덕질하기 좋은 시대
저는 학창 시절을 지방에서 자라 콘서트 같은 것을 가볼 기회가 많이 없었습니다. 동방신기에 한참 빠져있을 때, 겁도 없이 친구와 둘이 농심라면 2개를 들고 서울까지 무작정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당시 농심콘서트라고 해서 농심 라면 2개를 들고 오면 콘서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ㅎㅎ

그에 반해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또 많이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팬카페에서 그룹의 스케줄을 확인하며 어떤 방송에 나오는지, 언제 재방송하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일정을 어플 '린더'로 구독하여 바로 확인해 볼 수 있고, 라이브 방송 어플 '브이 앱'에서 언제 내 아이돌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지 바로 푸시로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나와 영상통화를 하는 느낌과 내 아이돌의 무대 뒷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팬들은 더욱 유사연애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정도 없고, 라이브 방송이 없어도 볼거리는 넘쳐납니다. 팬들이 자체 재 생산해낸 2차 콘텐츠는 유튜브/트위터에서 끝없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각 콘서트에서 찍은 직캠을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고, 출연했던 예능을 재편집한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어있습니다. (실화)

특히 제가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느낀 것은 빅히트라는 회사는 엔터테인먼트를 뛰어넘는 콘텐츠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탄 밤/달려라 방탄/비하인드 더 씬 등 유튜브, 브이 앱을 통해 볼 수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 무궁무진하며 팬들은 굳이 아이돌들이 티브이에 나오길 기다리지 않아도 해당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 TV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나오는 이 자체 예능이 팬들에게는 더욱 즐거운 활력소가 되고 있지 않을까요?

현시대의 덕질! 너무나도 편하지만, 벗어나기는 더 힘들게 생겼네요.